새해 첫 모임은 김지효의 <인생샷 뒤의 여자들>로 진행했다. 꽤 무거운 주제의 책을 읽다가 현대 한국 사회의 이야기들, 특히 내가 살아온 세대의 이야기들을 만나니 너무 반가워서, 책이 정해지자마자 1, 2부를 냉큼 읽고, 모임이 있는 주에 3, 4부를 읽었다. 사실 4부 마지막 쯤은 책 읽을 시간이 조금 부족해서, 모임이 끝난 후에 마저 읽었다.
먼저 프롤로그와 1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릴 때부터 직접 겪어온 나와 다른 한 분의 반응은 각자 달랐다. 나같은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지나온 이야기들을 글로 정리해서 만나자니 무척 흥미를 느꼈다. 그냥 놀이로서 지나왔는데 연구 대상이 된다는 점이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반면 다른 분께서는 다 아는 이야기를 읽어 조금 뻔하게 느끼신 것 같았다. 더불어 1부에서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장소를 섭외하고 한 번 입은 옷은 입지 않고, 하루에 몇 군데 촬영을 다니며 몇백 몇천장의 사진을 찍는 문화에 대해 놀랐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2부에서 '셀카의 관객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다. 관객이 '남성'인 것에 대해 나는 꽤 놀랐다는 이야길 했다. 그리고 이렇게 상업화되어있는지도 몰랐으니까.
3부에서는 인생샷과 탈코르셋이 결국엔 둘 다 '관객'을 향하고 있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생샷을 찍는 여성들의 의식이 남성을 향하고 있었다면, 탈코르셋 여성들은 '멋있어야'한다는 생각으로 또 다른 멋있음을 전시하고 있다는 것. 어쩌면 이것 또한 하나의 또 다른 코르셋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들었다.
4부에서는 이 책의 마무리로, 현상을 납작하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저자의 바람이 담긴 것 같아 좋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단순히 한쪽 방향만을 향한 책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과 고민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참 좋았다. 더불어 저자 개인적인 고백 같은 이야기들도 진솔함이 느껴져 좋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임이 끝나고 혼자 4부와 나가며, 감사의 말을 마저 읽었는데 이 부분을 읽다가 울컥했다.
엄마 아빠에게 이 책은 내가 신의 진리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지 보여주는 증표로 읽힐 가능성이 크겠지만, 그래도 말하고 싶어. 이 책은 내 나름의 방식대로 엄마 아빠를 사랑하고자 했던 결과물이라고. 또한 엄마 아빠가 보여준 사랑을 흉내내서 세상을 이해하려 노력해본 흔적이라고. 나의 출처이자 지향점인 엄마 아빠에게, 나의 전부인 엄마에게. 내가 평생 배워온 모든 지식과 관점을 뛰어넘는 최선의 사랑을 드립니다.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저자가, 가부장적인 기독교에 어쩌면 반하는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느꼈을 부모님에 대한 감정이 너무 공감돼서 나도 눈물이 났다. 나 또한 페미니즘과 성수소자를 반하는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는데, 성인이 되고 집을 벗어나 '다양성'을 공부하고 알게 되며 기독교의 잘못된 부분들을 종종 깨달았었다. 그때마다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싸웠던 적이 왕왕 있다. 성소수자는 범죄이고, 남성의 갈빗대로 빚어진 여성은 남성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가치를 세뇌하다시피 전하는 기독교에 부모님은 순종하시지만, 나는 당장 내 옆에 성소수자 친구를, 가부장제로부터 상처 받아 반기를 드는 친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나는 천성이 선한 부모님이 그들도 품었으면 했다. 아니, 기독교가 모두를 품었으면 했다. 하지만 그러기는 정말 쉽지가 않고, 이러한 주제로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내 소중한 이들을 버릴 수 없다는 말을 하며 부모님의 사랑을 마치 버리고 떠나는 기분을 느꼈다.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해 미안하면서도, 소중한 이들을 떠날 수 없었다. 그래서 저자의 순수한 사랑고백에 눈물이 났던 것 같다.
다음 모임은 조금 두꺼운 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꽤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할 것 같아서 무섭지만, 한편으론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지 기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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