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황석희 <번역: 황석희>
- 2023. 12. 19. - 2024. 1. 2. 완독
다소 어려웠던 과학 책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를 다 읽고, 이번엔 디두가 책을 정했다. 이번엔 또 평소에 읽지 않았던 번역가라는 주제를 다룬 책이다. 황석희의 <번역: 황석희>다.
나는 사실 번역가 황석희를 잘 모른다. 다롱이는 이 번역가가 굉장히 유명하다고 했다. 번역한 작품들을 찾아보았는데,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 마블 영화를 비롯해 내가 사랑하는 <원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있었다. 오... 굉장하신 분이구나 싶었다. 또 친구들 덕에 흥미로운 책을 만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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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굉장히 잘 읽혔다. 전에 어느 번역 관련 책에서, 번역을 잘 하려면 외국어 뿐 아니라 우리나라 말도 잘 해야 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잘 옮겨야 하므로, 적절한 우리말을 아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고. 아마도 기본적으로 표현력이 좋으니 그랬을 것이다. 더불어 우리 모임은 소리내어 읽는 모임이니,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 보았을 때도 라임이 잘 살았다. 한 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길이의 문장으로 구성돼있어서 읽기 굉장히 편했다.
그리고 디두 말에 공감했던 게 책을 읽으면서 육성으로 웃음이 터지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웃을 수 있는 책이라 좋기도 했다. 낭독회 하면서 종종 터졌다. 다롱이도 디두도 웃으면서 읽었는데, 솔직히 이 책은 굳이 독서모임 아니라도 엄청 잘 읽힐 책이다. 이해도 엄청 잘되거니와 작가의 위트가 대단한 편.
아, 그리고 책 내용은 그럼에도 결코 가볍지 않다. 어제는 1부를 읽었는데, 인상 깊은 글들이 굉장히 많았다.
'농아라고 쓰시면 안 돼요' 챕터에서는 장애 용어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의를 제기한 청각장애인 당사자도. 비장애인들은 장애 용어를 잘 모르니 막 쓰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나 영화 자막에 말도 안되는 단어가 올라오면 그 파급력은 굉장할 수 밖에 없다. 책에는 '농아'라는 단어를 예로 들었지만, 예를 들어 요즘 나오는 영화에 '장애우'라는 한물 간, 굉장히 부적절한 단어가 아무 맥락 없이 등장한다면 나도 좀 짜증났을 것 같다. 아마도 장애인 관람객들은 이 영화에 어떤 신뢰랄까, 기대랄까 그런게 팍 식어버리지 않을까?
근데 참 이의 제기한 청각장애인 당사자분도 대단하신게, 굳이 말하는 피로를 무릅쓰고 번역가에게 틀렸다고 알려줬다는 거다. 보통 뭐 지하철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거나 해도, 잘 모르는 타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닌데, 더군다나 유명한 번역가에게 그렇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더 용기가 필요한 일일테다. 하지만 이 분은 굳이 또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황석희 번역가가 말이 통할 사람이라는 어떤 믿음이 있어서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암튼 작가는 메시지를 받고 처음에는 논리적인 양 되묻다가 결국은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영화 내 자막을 바꾼다. 이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다. 업계에서 인정받을 입지에 있는 사람이면 이런 이야기를 사소하게 치부하고 넘길 수 도 있었을텐데,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수정해나가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영화 번역가는 자막 봐요?' 챕터도 재미있게 읽었다. 요리사가 집에 오면 음식 하기 싫듯이, 번역가도 영화를 볼 땐 자막을 본다는 이야기였는데 굉장히 재미있었다. (나도 사서지만 내 책 정리는 하기 싫음 ㅋㅋ) '엄마는 그런 줄만 알았다.'는 괜히 눈물 찡해져서 읽었고, '우린 어쩌다 이렇게 후진 사람이 되어가는 걸까'에서는 쉽지만 후진 표현에 물들어가는 인터넷 문화와 나 자신을 돌아보며 씁쓸해하기도 했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어 강추다. 얼른 3주만에 책을 끝내고, 또 새로운 책을 잡아야지. 다음 책 선정은 나니까, 얼른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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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의 솔직 담백한 태도가 굉장히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심지어 잘 읽혀야만 하는 자막을 만드는 사람의 글이라 그런지, 긴 글도 정말 잘 읽힌다. 평소에 책 잘 읽지 않는 초보 독서가에게도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번역에 있어 원어를 잘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역가의 흔적이 남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는 태도, 아버지를 떠나 보낸 이야기, 오지랖에 대한 불쾌함, 여유를 주는 친구의 이야기 등 모두 솔직담백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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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도 정말 괜찮았던. 독서모임 하면서 가볍게 나눌 만한 이야기도 많았던 책이라 강추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많아서 할 말도 많았다. 특히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가난하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한다고 퍼지는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다. 가난이 아닌 무책임을 비난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아주 예리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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