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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모임기록

[낭독회] 231219-240102 번역: 황석희

by 장제제 2023. 12. 21.

 

  • 도서: 황석희 <번역: 황석희>
  • 2023. 12. 19. - 2024. 1. 2. 완독

 


 

다소 어려웠던 과학 책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를 다 읽고, 이번엔 디두가 책을 정했다. 이번엔 또 평소에 읽지 않았던 번역가라는 주제를 다룬 책이다. 황석희의 <번역: 황석희>다.

 

나는 사실 번역가 황석희를 잘 모른다. 다롱이는 이 번역가가 굉장히 유명하다고 했다. 번역한 작품들을 찾아보았는데,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 마블 영화를 비롯해 내가 사랑하는 <원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있었다. 오... 굉장하신 분이구나 싶었다. 또 친구들 덕에 흥미로운 책을 만났네.

 


 

231219

 

책은 굉장히 잘 읽혔다. 전에 어느 번역 관련 책에서, 번역을 잘 하려면 외국어 뿐 아니라 우리나라 말도 잘 해야 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잘 옮겨야 하므로, 적절한 우리말을 아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고. 아마도 기본적으로 표현력이 좋으니 그랬을 것이다. 더불어 우리 모임은 소리내어 읽는 모임이니,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 보았을 때도 라임이 잘 살았다. 한 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길이의 문장으로 구성돼있어서 읽기 굉장히 편했다.

 

그리고 디두 말에 공감했던 게 책을 읽으면서 육성으로 웃음이 터지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웃을 수 있는 책이라 좋기도 했다. 낭독회 하면서 종종 터졌다. 다롱이도 디두도 웃으면서 읽었는데, 솔직히 이 책은 굳이 독서모임 아니라도 엄청 잘 읽힐 책이다. 이해도 엄청 잘되거니와 작가의 위트가 대단한 편.

 

아, 그리고 책 내용은 그럼에도 결코 가볍지 않다. 어제는 1부를 읽었는데, 인상 깊은 글들이 굉장히 많았다.

 

'농아라고 쓰시면 안 돼요' 챕터에서는 장애 용어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의를 제기한 청각장애인 당사자도. 비장애인들은 장애 용어를 잘 모르니 막 쓰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나 영화 자막에 말도 안되는 단어가 올라오면 그 파급력은 굉장할 수 밖에 없다. 책에는 '농아'라는 단어를 예로 들었지만, 예를 들어 요즘 나오는 영화에 '장애우'라는 한물 간, 굉장히 부적절한 단어가 아무 맥락 없이 등장한다면 나도 좀 짜증났을 것 같다. 아마도 장애인 관람객들은 이 영화에 어떤 신뢰랄까, 기대랄까 그런게 팍 식어버리지 않을까?

 

근데 참 이의 제기한 청각장애인 당사자분도 대단하신게, 굳이 말하는 피로를 무릅쓰고 번역가에게 틀렸다고 알려줬다는 거다. 보통 뭐 지하철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거나 해도, 잘 모르는 타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닌데, 더군다나 유명한 번역가에게 그렇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더 용기가 필요한 일일테다. 하지만 이 분은 굳이 또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황석희 번역가가 말이 통할 사람이라는 어떤 믿음이 있어서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암튼 작가는 메시지를 받고 처음에는 논리적인 양 되묻다가 결국은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영화 내 자막을 바꾼다. 이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다. 업계에서 인정받을 입지에 있는 사람이면 이런 이야기를 사소하게 치부하고 넘길 수 도 있었을텐데,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수정해나가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영화 번역가는 자막 봐요?' 챕터도 재미있게 읽었다. 요리사가 집에 오면 음식 하기 싫듯이, 번역가도 영화를 볼 땐 자막을 본다는 이야기였는데 굉장히 재미있었다. (나도 사서지만 내 책 정리는 하기 싫음 ㅋㅋ)  '엄마는 그런 줄만 알았다.'는 괜히 눈물 찡해져서 읽었고, '우린 어쩌다 이렇게 후진 사람이 되어가는 걸까'에서는 쉽지만 후진 표현에 물들어가는 인터넷 문화와 나 자신을 돌아보며 씁쓸해하기도 했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어 강추다. 얼른 3주만에 책을 끝내고, 또 새로운 책을 잡아야지. 다음 책 선정은 나니까, 얼른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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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의 솔직 담백한 태도가 굉장히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심지어 잘 읽혀야만 하는 자막을 만드는 사람의 글이라 그런지, 긴 글도 정말 잘 읽힌다. 평소에 책 잘 읽지 않는 초보 독서가에게도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번역에 있어 원어를 잘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역가의 흔적이 남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는 태도, 아버지를 떠나 보낸 이야기, 오지랖에 대한 불쾌함, 여유를 주는 친구의 이야기 등 모두 솔직담백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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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도 정말 괜찮았던. 독서모임 하면서 가볍게 나눌 만한 이야기도 많았던 책이라 강추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많아서 할 말도 많았다. 특히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가난하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한다고 퍼지는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다. 가난이 아닌 무책임을 비난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아주 예리하고 좋았다. 

 

 

 

 

 

 

 
번역: 황석희
우리 삶에서 ‘번역’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영화관이다. 도서에도 번역은 존재하지만, 표기는 대체로 ‘옮김’이고 저자 이름의 옆 또는 하단에 적혀 있어 부러 찾아야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만나는 ‘번역’ 글자는 엔딩크레디트 중에서도 맨 마지막, 그것도 크레디트와 다른 위치에 대체로 큰 글자로 튀어나온다. 우리가 찾지 않아도 저절로 눈앞에 나타나는 거다. 물론 상영관 불이 켜질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면 말이다. 스크린 속 ‘번역’이란 글자 옆에 자연스럽게 떠올릴 이름 석 자가 있다면 ‘황석희’일 것이다. 그 이름이 뜨는 순간 좌석 곳곳에서 “역시 황석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번역가로서 잘 알려진 황석희가 이번엔 ‘작가 황석희’로, 관객이 아닌 독자를 찾아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구인 ‘번역 황석희’라는 제목의 책으로. 『번역: 황석희』는 저자가 일과 일상에서 느낀 단상을 ‘자막 없이’ 편안하게 풀어쓴 에세이다. 한 줄에 열두 자라는 자막의 물리적 한계와 정역(定譯)해야 한다는 표현의 제한에서 벗어나 저자는 스크린 밖에서 마음껏 키보드를 두드렸고, 그 자유로운 글들은 SNS에도 올라왔던 몇몇 게시물들과 더불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데드풀〉 〈스파이더맨〉 〈파친코〉 등 다양한 작품에서 느꼈던 직업인으로서의 희노애락, 업계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언중에 대한 생각과 내밀한 속마음까지. 그는 번역가답게 자기 앞의 일상을 누구나 받아들이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냈다. 언어학도 번역학도 아닌 이 책의 제목이 『번역: 황석희』로 붙여진 이유 중 하나다. 저자가 해석한 일상은 우리 곁에도 존재한다. 그러니 그의 번역본을 보면 각자가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번역하며 살아왔는지, 오역과 의역이 남발하는 이 일상 번역이 서로 얼마나 닮아 있고 다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익숙한 일상을 새로이 번역할 낯선 시선을 하나 얻어갈 것이다. “늘 정역에 묶여 있는 저는 이렇게 일상을 부담 없이 번역해 세상에 내보인다는 게 묘한 일탈처럼 즐겁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책을 어떻게 번역하실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거든요” 나의 일상을 잘 번역하려면 영화 번역은 혼잣말이나 대화, 즉 사람의 말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작업에 가깝다. 대본에 적혀 있는 대사는 사람의 입으로 내뱉어지는 순간, 뉘앙스라는 옷을 두르고 새로운 의미를 품기 때문에 번역을 단순 해석이라 말하기엔 부족하다. 저자의 말처럼 번역은 발화자의 표정과 동작, 목소리 톤을 살펴 “뉘앙스의 냄새를 판별”하는 작업이라 봐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대뜸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라고 말한다. 번역을 언어 사이의 것으로만 보지 않고 모든 표의와 상징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해보면 우리 삶은 번역이 필요한 순간으로 가득하다는 뜻이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 연인에게서 받은 ‘끝나면 잠깐 보자’라는 문자는 둘 사이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문장들로 번역할 수 있다. 상사가 눈살을 찌푸리는 순간이 점심시간이 아니라 회의시간이라면 발표자는 긴장하게 된다. 다만, 일상 번역에 정답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연인은 그저 심심했을 수 있고 상사는 그날따라 눈이 뻑뻑했을 수 있다. 우리는 서로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않기에 대화에는 항상 ‘빈칸’이 존재한다. 그 틈을 허투루 알거나 무시해버리면 오해와 자의적 해석이라는 형태로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세심히 관찰하고 짐작하며 조심조심 다음 ‘대사’를 말할 수밖에 없다. 기실 말은 원래 그리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캐릭터들의 대사를 약 100만 개 가까이 번역하며, 그간 쌓은 노련함을 자신의 현실에 대입한다. 언제든 “마지막일지 모르니까”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언어를 무기처럼 구체화하여 사용”하는 “후진 사람”이 되지 말고, “있어 보이는 척” 타인의 노력을 꺾지 말고, 오지랖 같은 “어긋난 호의”를 보이지 말자고. 아직도 번역이 어렵다 말하는 저자지만, 그의 섬세한 작업은 우리의 일상을 배려있게 번역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준다. 그럼에도 오역하게 된다면 어쩔까. 그럴 땐 상대에게 정중히 되물으면 그만이다. 감독이나 작가가 이역만리에 있는 영화 번역가와 달리 우리는 다행히도 그 진의를 설명해줄 상대방이 (대개는) 눈앞에 있다. 다시금 뉘앙스의 힌트를 구하고 실수했다면 정정하면 된다. 여러 갈래로 읽을 수 있어 헷갈리겠지만 그 갈림길에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즐거움이 숨어 있다. “일상의 번역은 오역이면 오역, 의역이면 의역 그 나름의 재미가 있”으니까.
저자
황석희
출판
출판일
2023.11.17

 

 

번역: 황석희

스크린 속 ‘번역’이란 글자 옆에 자연스럽게 떠올릴 이름 석 자가 있다면 ‘황석희’일 것이다. 그 이름이 뜨는 순간 좌석 곳곳에서 “역시 황석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번역가로서 잘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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