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길리건의 <담대한 목소리>를 두 번에 걸쳐 읽고 모임을 진행했다. 심리학에서 지워진 소녀들의 목소리를 되찾는 여정을 담은 책으로, 쉬운 듯 어렵고, 또 어려운 듯 쉬운 책이었다. 이 말은 즉, 쉽다가 어렵고 어렵다가 쉬웠다는 이야기다. 1회차 모임에서는 2장까지 읽고 토론했는데, 사실 서론에 가까운 이야기들이라 나눌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가부장제에서 소녀나, 남성답지 못하고 여겨지는 소년들은 통과의례를 지나며 수치심이나 배제를 경험한다는 점을 들어 소녀와 소년들의 어려움을 풀어냈고, 심리학에 남성편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부분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을 나누고 마무리했다.
2회차 모임에서는 오히려 할 말이 좀 있었다. 먼저 내가 이야기했던 부분은 안네의 일기가 두 가지 버전이 있다는 것이 인상깊었다는 것이었는데, 아버지때문에 다른 버전의 일기를 다시 썼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자고로 일기란 진솔하고 거짓 없는 있는 그대로의 기록이라 생각했는데, 아버지때문에 생략한, 특히 성적인 이야기에 대한 내용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하지만 나였어도 그랬을 것 같다. 여성의 성적인 호기심이나 욕망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게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불편했다.
더불어 대학 시절 발달심리학을 들을 때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모임장님께서 그래도 프로이트에 대해 공부해보면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프로이트의 이론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마냥 납작하게 생각해선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만, 그래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는 솔직히 이해하고 싶지가 않은 심정이다. 특히 '남근'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점은... 공감이 어렵다.
그리고 어린 시절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대상에 대해 궁금해서 멤버분들께 여쭤보았는데, 의외로 다들 굳건한 여성을 이상향으로 꼽았다고 하셔서 놀랐다. 내게 이상향이란 딱히 없기는 했지만 누군가 이상향을 물어볼 때 대답하는 용으로 '헬렌 켈러'를 자주 언급하고는 했는데, 그때 '헬렌 켈러'에 대해 나온 위인전은 대부분 장애 극복서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그가 어떤 가치관을 지향하고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마지막에 아주 잠깐 언급되던지, 아예 언급되지 않던지 했다. 그래서 내 기억에 딱히 남은 것도 없긴하다. 암튼 내가 '헬렌 켈러'의 장애 극복서사에 초점을 맞추고 바라보았듯이, '여성'을 이상향으로 꼽을 때 말하곤 하는 '신사임당'의 케이스도 모임 때 이야기했다. 현모양처라는 말은 결국 남성을 잘 보필한다는 의미라 굉장히 싫었다고 했더니 다들 공감해주셨다. 하지만 신사임당도 그 사람 자체만 보면 또 굉장히 멋진 사람이었다는 말씀도 다른 선생님께서 해주셨다.
4장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문장도 공유했었는데, 싸움을 통해야 한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그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알고 "그 사람들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그냥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싸움을 통해야 한다는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미묘했던 부분이 명백해졌다. 그러나 싸움은 자칫하면 아예 말을 하지 않게 될 위험이 있으며 "결국 점점 더 사이가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나는 항상 누군가와 감정적으로 틀어지면, "애정이 있어야 싸움도 하는 거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저 사람이 변했으면 좋겠다는 어떠한 희망이 없으면 에너지를 들여 따지고 상대를 설득시키고 싶다는 힘도 없어져서 그냥 말을 않고 포기해버리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담대한 목소리를 내지 않게 되는 지점을 잘 표현한 지점이기도 하고, 담대한 목소리를 내게 하는 포인트인 것 같아서 공유했는데, 모임장님도 공감해주셨다.
다음 책은 김지효의 <인생샷 뒤의 여자들>이다. 앞부분을 슬쩍 읽어보았는데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나서 정말 재미있었다. 뒷부분 얼른 마저 읽고 다음주 모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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