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상욱
- 서명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 발행처 : 바다출판사
- 발행년 : 2023
- 매채형태 : 전자책
- 입수경로 : 구입 (구입처: 알라딘)
- 독서기간 : 2023. 06. 27. ~ 2023. 08. 19.
- 취향지수 : ★★★★☆ (4.5 / 5점 만점)
문과 출신에게 과학은 어렵다. 하지만 그저 어렵기만 한가? 오히려 어렵다고 단정짓고 그 핑계로 무관심하게 되는 건 아닐까? 이런 의문을 품은 건 최재천 교수님의 책 <최재천의 공부>를 읽고서다.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이과로 진학한 최재천교수님은, 교육 과정을 문과, 이과로 나누는 것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표하셨다. 나는 어떤가? 과학이 재미있어서 따로 시험공부를 하지 않아도 무조건 100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 화학 기호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해하기 어려운 물리 공식이 교과서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화학기호와 물리 공식이 등장했을 쯤에는 다른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비교적 더 생각하고 시간을 투자해 암기해야 하는 것들은 내려놓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 내려놓음이 과학과의 오랜 결별일 줄은.
그러다 과학 책을 다시 잡은 건 엉뚱하게도 친구와 영화를 보고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좋아서 과학 책을 사 읽는 친구를 보고 신기함을 느꼈다. 블랙홀? 시간여행? 차원? 그런 건 SF에나 등장하는 이야기 아닌가 했다. 그런데 그 친구랑 같이 지내다 보니 나도 어느 새 과학에 스며들었다. 더불어 그 무렵부터 과학 도서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 책에 관심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과학계의 고전인 <코스모스>나 <종의 기원> 같은 책을 스치듯 알게 되었고,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런 책들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날이 많아졌다.
책을 다양하게 읽으며 알게된 사실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과학은 동떨어진 무언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는 누구이고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만나면, 굉장히 철학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질문은 인간의 탄생을 거슬러 올라가 지구의 탄생, 그리고 우주의 탄생으로까지 이어진다. 환경 문제 또한 오염을 일으키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자세한 원인을 규명하거나 해결 방안을 내세울 때에는 과학 없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인문학의 대표 주자인 역사 마저도 과학을 토대로 한 연구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연대 측정이 가능하고, 과거로부터 현재로, 또 미래로 이어지는 방향과 구체적인 모습은 SF문학이 도맡는다.
서론이 길었는데, 김상욱 박사의 신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또한 이러한 책이다. 만물의 시작과 끝을 과학과 인문학을 버무려 물리학자의 눈으로 설명한다. 모든 것의 시작인 원자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점차 인간과 지구를 거쳐 우주로 나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미래까지 전개한다.
저자가 물리학자이다 보니 물리학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물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게끔 서술되었다. (물론 일부 화학 식에서 원자와 전자가 어떻게 구성되고 이동하는지는 봐도 도통 모르겠긴 하지만...) 그치만 이런 책은 흐름에 더 중점을 두고 보는 책이니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더불어 인문학과 철학 이야기, 역사 이야기도 종종 등장하니 보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박학다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다양한 사례가 들어있다. 역시 이 정도는 되어야 TV에 출연하는 걸까? 하는 바람 빠지는 생각도 잠깐 할 수 있다.
자매품으로 비슷한 시기에 나온 유시민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도 함께 읽을만 해서 추천한다. 이 책은 거꾸로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과학을 바라본 것이라 또 흥미롭다. 아무래도 나는 문과 출신이라 유시민의 책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만, 이과 출신에겐 반대일지도 궁금하다.
※ 서울시립대학교 중앙도서관 서평란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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