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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BooK로그/독서기록

전혜진 <여성, 귀신이 되다>

by 장제제 2023. 12. 13.

 

  • 저자 : 전혜진
  • 서명 : 여성, 귀신이 되다
  • 발행처 : 현암사
  • 발행년 : 2021
  • 매채형태 : 전자책
  • 입수경로 : 구입 (구입처: 알라딘)
  • 독서기간 : 2023. 08. 21. ~ 2023. 09. 04.
  • 취향지수 : ★★★ (3 / 5점 만점)

 


 

누군가 호러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지 묻는다면 머리를 풀어헤친 장발, 새하얗게 질린 얼굴, 빨갛게 충혈된 눈, 그리고 새하얀 소복 또는 교복을 입은 귀신이라 대답하겠다. 어릴 때 친구들끼리 담력 테스트 하듯 호러 장르의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 봤었는데, 내가 본 대부분의 귀신은 그러한 모습이었다. 대부분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거나, 혹은 괴로운 상황에서 자살한 '여성'의 모습. 결혼을 못하고 죽어서, 순결을 잃어서, 혹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서,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죽어서 한이 그득한 상태로 사건 현장 또는 관련인의 주변을 떠도는 풍경이 생각난다.

이 책은 독서모임을 통해 알게 됐다. <여성, 귀신이 되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대상은 정말 대부분 '여성'이었다. 남성 귀신은 아주 가끔 볼 수 있는 총각귀신 정도였을까? 서양 호러에서 찾자면 남성인 귀신도 있긴 한 것 같은데, 또 가만 생각해보면 남성 귀신이라기 보다는 악마 또는 가해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사회가 성차별적이라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한 여성이 '귀신'이 되어 누군가를 괴롭히고 보복한다는 구도가 많은 걸까? 이 책에서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책은 한국 귀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살인을 당하고, 계모의 모함을 받고, 권력과 차별로, 남편의 총애를 받기 위한 다툼으로, 그리고 재난과 전쟁 때문에 피해를 입고 죽은 여성들은 이야기 속에서 귀신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선 남성 캐릭터는 가해자일 때도 있지만 원한을 풀어주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시대가 많이 흐른 현재 이야기들을 읽으면, 계모와 친딸의 갈등 속에 왜 중재하는 아버지는 없지? 본처와 첩 사이의 갈등에 왜 남편은 빠져있지? 하는 의문이 든다. 

책의 말미에는 전통적으로 원귀를 위로하는 행위로 '굿'이나 '신령' 등을 다룬다. 무속신앙을 통해 여성들이 위로받는 과정을 알고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가부장적인 계급 사회에서 근본적으로 가해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었을 테고,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거나 피해자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여성들은 무속신앙에 기대어 위로라도 받았을 것이다. 

또한 여성이 귀신이 아니라 신으로 등장하는 사례도 함께 보여주는데, 나라를 세우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정말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흥미로웠다. 특히나 제주의 탄생 설화는 정말 신비로웠다. 

새로운 관점으로 호러 장르를, 특히나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민담, 전설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어서 굉장히 흥미로웠고, 앞으로는 보다 새롭고 참신한 장르의 호러물이 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호러물은 또 어떻게 생산되고 명맥을 이어 나갈까?

 

 

※ 서울시립대학교 중앙도서관 서평란에 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