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드라이브 마이 카 (Drive My Car, ドライブ.マイ.カー)
- 개봉 : 2021
- 장르 : 드라마
- 국가 : 일본
- 등급 : 15세이상관람가
- 러닝타임 : 179분
-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濱口竜介)
- 주연 : 니시지마 히데토시 (西島秀俊), 미우라 토우코(三浦透子)
- 취향지수: ★★★☆ (3.5점 / 5점)
감상 계기
원래는 어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을 보러 가려고 했었는데, 집에 감기 환자도 있고 저녁에 낭독회도 있어서 그냥 표를 취소했다. 근데 또 영화를 아예 안 보고 지나가려니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감기로 콜록대는 룸메에게 같이 영화나 보자고 하고 왓챠에서 영화를 골랐다. 유명하면서도 진지한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스크롤을 내리다가 <드라이브 마이 카>를 발견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도서관에서 일할 때 스치듯 자주 마주쳤던 작품이다. DVD가 출시되었을 쯤에 수서하느라 작품에 대해 좀 찾아봤었는데 수상 경력이 꽤 있었다. 그리고 상을 받았을 쯤 씨네21 매거진에 실렸던 것도 기억이 난다. 아마도 표지였던가... 그래서 추천 영화로 전시 하기도 했었는데, 마침 시간 될 때 봐야겠다 싶어서 골랐다.
줄거리와 감상
영화는 주인공 가후쿠와 와이프 오토의 섹스 신으로 시작된다. 의미 불명의 대화를 주고 받는 그들의 이야기는 꿈인지 지어낸 이야기인지 불분명하다. 일본 영화 특유의 알 수 없는 분위기 속에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처음엔 애인인가 했는데 부부다. 주인공 가후쿠는 연극을 하고, 오토는 드라마 작가다. 꽤 어울리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외국 출장 일정이 갑자기 하루 늦춰진 가후쿠가 집에 다시 돌아가자 오토가 누군지 모를 젊은 남성과 정사를 나누고 있다. 일단 여기서부터 내 의아함이 시작됐다. 집에서 아내의 불륜을 두 눈으로 목격한 남편.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충격을 받고 집을 떠나버리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어쩔 줄 몰라 했을 것 같다. 그러나 가후쿠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공항 근처에 호텔을 잡고 이미 외국에 간 것처럼 아내와 영상통화를 한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일본 영화 특유의 쿨함인가? 윽, 싫어. 하는 마음이었다.
일주일 후 가후쿠는 집으로 돌아간다. 아내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또 관계를 나눈다. 다음 날 가후쿠가 출근하려는데 오토가 퇴근 후 할 이야기가 있다는 이야길 한다. 가후쿠는 그냥 이야기 하면 되지 왜 굳이 그런 말을 하냐 되묻고 집을 나선다. 이후 늦은 시간 퇴근하고 돌아온 가후쿠는 죽어 쓰러진 아내를 발견한다. 담담하게 장례식을 치루는 가후쿠. 그 장소에는 불륜남도 등장한다. 특별한 대화나 표정 없이 장면이 지나간다. 악 이거 뭐야... 여기에 어떻게 공감을 하지... 이것도 일본 영화 특유의 전개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래도 상을 받았다고 하니 끝까지 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계속 이어 봤다.
2년이 흘러 히로시마에서 연극을 꾸리는 가후쿠. 연극 회사 쪽에서 가후쿠에게 운전 기사를 붙인다. 운전을 하며 아내가 녹음한 연극 대사 테이프를 듣고 연습하는 것이 루틴인 가후쿠는 자신의 차를 타인이 운전한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회사 방침이라는 말에 일단은 받아들인다. 그리고 연극 배역에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젊은 남자가 지원했다. 아내의 죽음 이후에 굳어진 삶을 살던 가후쿠의 삶에 자꾸만 균열이 일어난다. 가후쿠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
인상 깊었던 점
- 가후쿠에게 자동차는 자신만의 아주 개인적인 공간이며 동시에 아내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멈춰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었을텐데, 운전사의 개입은 엄청난 사건이었을 것 같다. 나에게 맞게 세팅한 공간에 누군가 비집고 들어온다는 거니까.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는데 생각보다 괜찮아 가후쿠 자신도 적잖이 당황하지 않았을까. 좋은 쪽으로. 괜찮은 연출이었다.
- 가후쿠가 꾸리는 연극에서는 배역마다 다른 언어를 쓴다. 이는 사람들이 '말'로 이야기하지만 제대로 소통되지 않는 것을 나타낸 설정일까? 그리고 수화를 또 다른 하나의 언어로 인정하는 점이 좋았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설정이었다.
- 흔치 않게 남성이 빨간 차를 타는 설정, 여성 운전원의 등장, 여성의 불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그대로 인정한 맥락도 스테레오 타입을 건드리는 좋은 설정이었던 것 같다. 더불어 윤수와 유나 집에 갔을 때 가후쿠가 유나에게 '힘든 점은 없냐'고 물었는데, 왜 자신에게만 특별히 그런 것을 묻느냐 되물었던 점도 좋았다. 기분 나쁘지 않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표현한 점이 인상 깊었다.
- 히로시마에서 가후쿠가 머무는 숙소가 너무 부러웠다. 시원하게 트여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객실이라니. 저런 곳에서 3일만이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엔딩씬에서 미사키가 한국 어느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이름 모를 개가 있는 가후쿠의 자동차에 탑승해 운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엔딩씬이 의아해서 조금 써치해봤더니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나는 첨에는 가후쿠와 윤수, 유나 커플이 함께 한국에 공연하러 온 걸까? 하고 생각했다. (왜냐면 개가 윤수, 유나 커플의 개인 줄 알았기 때문에...)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그 모든 일들을 겪고 용서한 미사키가 가후쿠에게 받은 차를 타고, 자신이 좋아하는 강아지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담담하게. 그러니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쿠미코가 마지막 장면에서 혼자 전동휠체어를 타고 장을 봐오는 장면처럼. 오히려 이게 더 자연스러운 해석인 것 같다.
여러분도 보셨다면 댓글에 자유롭게 감상을 나누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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