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요히 머무는 가운데 지구는 휙, 휙 빠르게 돈다.
한 시간에 15도, 그것은 절대로 멈춰있지 않는 속도다
별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져 눈을 휘둥그레 떴던 밤을 기억한다.
밤도 흐르는데, 계절도 흐르겠지.
나는 이렇게 매순간 살아 움직이며, 인생을 따라 한없이 흘러가겠지.
내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도 밤은 흐르고 계절은 지나간다.
견디기 힘든 삶의 파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물아래 납작 엎드려 버티고 버텼던 내 몸을 달래며,
적도의 해변에 앉아 커피 한잔 놓고 눈 멀도록 바다만 바라보고 싶다.
한낮의 열기가 다 사위고 나면,
여름밤의 돌고래가 내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아주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라고.
잠시 멈췄대도, 다 괜찮다고.
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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